러시아 마리우폴 최후통첩에 우크라이나는 거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요충지인 남동부 마리우폴을 사수 중인 우크라이나에 투항하라는 최후통첩을 했고, 우크라이나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통보했습니다.

 

 

러시아 마리우폴 최후통첩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에 오전까지 항복하라고 '최후통첩'을 했지만, 우크라이나는 "항복은 없다"면서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총참모부(합참) 산하 지휘센터인 '국가국방관리센터'의 지휘관 미하일 미진체프는 이날 브리핑에서 "마리우폴 내 6개국에서 온 184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13만 명의 민간인들이 우크라이나군에게 인질로 잡혀 있다. 끔찍한 인도적 재앙이 발생하고 있다"며 "무기를 내려놓는 모든 이는 안전하게 마리우폴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진체프는 모스크바 시간으로 2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기준 21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마리우폴 동쪽과 서쪽 두 방향으로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어놓겠다고 말하며, 우크라이나 군은 무기를 내려놓고 이 통로를 통해 두 시간 동안 도시를 떠나라고 통보했습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오전 5시까지 서면으로 작성된 답변을 보내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실상 도시 함락을 위한 총공격 전, 우크라이나 측에 '최후통첩'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에게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수 없다"라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통보했습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親) 러시아 반군의 점령지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입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점령하게 되면,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육로 회랑이 완성되는 까닭에, 마리우폴은 개전 전부터 러시아군의 최우선 전략 목표였습니다.

이곳은 지난 16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주민 1천 명 이상이 대피해 있던 극장 건물이 붕괴한데 이어 주민 400여 명이 대피한 예술학교 건물이 폭격으로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2주 넘게 난방, 식수, 식량 등이 완전히 끊긴 채 우크라이나군이 필사적으로 마리우폴을 사수하고 있으나, 전세가 이미 러시아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리우폴 시 당국은 최소 2,30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이들의 일부를 집단 매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의 마리우폴 봉쇄 및 공격을 "전쟁범죄"라고 규정하며 규탄했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외교관 중 가장 마지막으로 마리우폴을 떠난 그리스의 총영사 마노 리스 안드룰라 키스는 이날 그리스 도착 후 공항에서 "마리우폴은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된 도시 명단에 들게 될 것" 이라면서 "시리아 내전 당시 알레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비에트 연방(소련) 레닌그라드, 스페인 내전 당시 게르니카, 제2차 체첸 전쟁 당시 그로즈니 등에 비견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본 것을 누구도 보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마리우폴 시민들이 어찌해볼 수도 없이 맹목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마리우폴에서 시신이 흩어져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는 현재 마리우폴을 포위해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으며, 러시아군은 주민 수천 명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지난 19일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난 1주일간 주민 수천 명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러시아 영토로 끌려갔다. 리 보베 레즈니 구역과 스포츠 클럽 건물에 있는 대피소에서 사람들을 불법으로 데려갔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피소에는 여성과 아이들로 구성된 주민 1,000명 이상이 숨어있었으며, 러시아군은 주민들을 수용소로 데려간 뒤, 러시아 외딴 도시로 강제 이주시켰습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성명에서 "이 같은 행위는 나치가 2차 세계대전에서 사람들을 강제 생포한 사건을 본 기성세대들에겐 친숙하다. 21세기에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강제 연행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규탄했습니다.